‘봉숭아 물들이며 옛추억을 되새기세요.’
전라남도 농업박물관이 8월 1일부터 말일까지 한달여 동안 봄부터 재배해 온 박물관내 봉숭아꽃밭 주변 모정에서 ‘봉숭아물들이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농업박물관은 이 행사 기간동안 봉숭아물들이기에 필요한 일체의 재료를 준비해 참여자들에게 무료 제공할 방침이다.
또 봉숭아물들이기를 좀더 예쁘게 할 수 있는 방법과 유래에 대한 안내 패널을 행사장에 내걸어 참여자들이 봉숭아꽃을 따서 여러가지 재료와 함께 절구에 넣고 찧어 손쉽게 직접 물들이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손톱과 발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는 풍습은 예로부터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싶은 여인들의 마음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봉숭아꽃이 피는 여름철이 되면 여인네들은 연령과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연례 행사처럼 봉숭아물들이기를 했다.
뿐만 아니라 봉숭아물들이기는 붉은색이 악귀를 물리친다는 벽사(辟邪)의 뜻이 담겨 있어 악귀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다는 소박한 여인들의 민간신앙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또 여름철 손톱에 들인 봉숭아물이 첫 눈이 올 때까지 지워지지 않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도 있다. 특히 봉숭아는 맨드라미와 함께 예로부터 우리네 장독대 부근에 많이 심어졌던 꽃이다.
이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것으로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다’는 노랫말처럼 자연스럽게 무루 익은 봉숭아 꽃씨가 터지는 소리와 닭 벼슬과 모양이 흡사한 맨드라미꽃에 놀라 장, 된장 등에 해로운 지네나 각종 벌레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봉숭아물을 예쁘게 들이기 위해선 봉숭아 잎과 꽃, 맨드라미 잎, 괭이밥풀 잎 등을 따서 백반, 소금, 숯과 함께 절구에 넣고 잘 찧은 다음, 이것을 손톱에 붙이고 헝겊이나 비닐 조각으로 싸맨 후 하루 정도 지나면 된다.
봉숭아 물들이기의 여러 재료 가운데 괭이밥풀 잎은 수산(蓚酸)이라는 성분이 포함돼 있어 손톱의 형질을 물렁하게 해주고, 소금은 매염제(媒染劑)가 돼 물이 잘 들게 하며 백반과 숯은 착색을 잘 시켜주고 봉숭아와 맨드라미 잎은 빛깔을 곱게 해주는 성분이 있다.
전남도 농업박물관은 외래 화장품이 보급된 이후 잊혀져간 고유 전통미 풍습을 재현해 도시민들과 청소년들에게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1999년부터 매년 여름방학에 이같은 행사를 개최해왔다.
한편 봉숭아는 봉선화과에 속하는 1년생 초본식물로 인도, 말레이시아, 중국이 원산이며, 지금은 전 세계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다.
봉숭아가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오래 전에 토착화된 대표적인 귀화식물로 일제강점기 때 우리 민족이 망국의 한을 달래기 위해 노랫말에 도입한 꽃이기도 하다.
봉숭아 혹은 봉선화(鳳仙花)라고 불리는 꽃 이름은 꽃의 형상이 봉(鳳)의 모양과 흡사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꽃은 7~8월에 홍색, 백색, 자색 등 여러 가지 색깔로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