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마리아 칼라스로 평가받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드라마티코 소프라노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한예진이 작곡가 류재준의 작품 교향곡 1번 레퀴엠을 연주한다.
4월 6일 저녁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올려지는 <류재준의 밤> 기획공연은 우리나라 클래식 공연 문화에서는 전례를 찾기가 싶지 않은 기획으로 클래식 애호가들의 이목을 끈다.
올해 나이 마흔 셋의 류재준이 폴란드의 대작곡자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가 지명한 자신의 음악적 후계자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류재준은 이미 작곡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월드 클래스 급의 음악가다. 지난 2008년 폴란드에서 초연된 그의 대표작 교향곡 1번(Sinfonia da Requiem)은 전 세계 음악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아 낸 바 있다.
그런 류재준의 작품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기획공연 <류재준의 밤>으로 조명한다.
경기필하모닉 역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의 하나. 그 정점에 예술 감독이자 상임지휘를 맡고 있는 구자준이 있다.
이날 연주될 세 작품 중에 하이라이트인 교향곡 1번 레퀴엠의 메인 연주자로 한예진이 선택되었다는 것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류재준, 구자범 두 사람이 지니고 있는 음악가로서의 무게감 때문이다. 곡 자체에 대한 평가도 평가지만 이 곡을 연주하는 소프라노에게는 최고의 난이도를 가진 곡으로 알려진다. 극고음 음역대의 지속적인 유지, 난해한 반음계 멜리스마 스코어의 정확한 표현. 그리고 고음 못지않게 요구되는 풍부한 중저음과 오케스트라와 합창과의 조화 같은 고도의 테크닉과 음악성을 끌어내줄 수 거의 유일한 소프라노가 한예진이라는 평가다.
한예진의 캐스팅은 전격적이지만 전격적이지 않다. 2년 전 작곡가 류재준은 그의 1번 심포니 레퀴엠을 로열 필과 협연할 예정이었고 그때 그 작품의 협연자로 오디션을 통해 합격했던 한예진을 만난다. 두 사람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한다. 이번 공연에서 류재준이 한예진을 추천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캐스팅은 또 한 번의 오디션을 통해서 결정됐다. 지휘자 구자범은 한예진을 선택했고 이례적으로 한예진을 오디션에 추천한 류재준에 감사를 표했다는 후문.
한예진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베르디국립음악원을 최우수 졸업하였고 이탈리아의 멜라노 국제콩쿨에서 우승과 함께 심사위원장상, 음악평론가 상을 동시 수상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벨칸토 국제콩쿨, 코모 국제콩쿨, 마르셀라 국제콩쿨 1위를 비롯해서 푸치니 음악의 최고 실력자를 가르는 베스트 보이스 푸치니아나상 수상에 이르기까지 주요 콩쿨에서 모두 1위를 휩쓸어 자신의 실력을 입증한다. 그녀의 이 같은 수상 경력은 당시 이탈리아 현지에서도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귀국 후 한예진은 2008년 국립오페라단의 국내 초연작 리하르트 스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2012년 예술의전당 올려진 제3회 오페라 페스티벌의 메인 작품인 토스카를 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오페라 가수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른다. 특히 한예진은 이른 바 드라마티코 영역을 완벽히 소화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프라노로 평가받고 있다.
4월 6일, <류재준의 밤>에서는 이 작품 이외에도 미완의 오페라 <장미의 이름> 서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 연주된다. 우리에게 이러한 역량을 가진 음악가가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 이러한 기획을 할 수 있는 구자범 같은 예술 감독이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지휘와 작곡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구자범과 류재준.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오폐라가수로 자리를 잡은 드라마티코 소프라노 한예진이 들려주는 앙상블이 봄날처럼 기대된다.
바이올린협주곡 협연에 백주영 서울대교수, 그리고 국립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 등이 함께한다.
공연문의 031-230-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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