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박물관(관장 양맹준)은 임진왜란 발발 7주갑(七周甲:420년)을 맞이하여 6월 5일부터 7월 29일까지 55일간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2012년 특별기획전 ‘임진왜란 壬辰倭亂’을 개최한다.
이번 기획전은 임진왜란의 시작지이며 왜적의 마지막 철군지인 우리 고장 부산과 관련된 유물들을 중심으로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 육군박물관,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국립중앙도서관, 천곡 송상현 종가, 상곡 마씨 종가(마호영) 등 전국 17개 기관 및 종가에서 소장한 임진왜란 관련유물 200여 점이 전시된다.
특히 국보 1점, 보물 7점, 유형문화재 3점, 문화재자료 2점 등 많은 지정문화재들이 출품될 예정이며 전시구성은 제1부 <임진왜란과 부산>, 제2부 <전쟁이 남기다>, 제3부 <전쟁을 기억하다>로 이루어져 관람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이번 기획전은 전국에 흩어진 국내 현존 순절도 5점을 최초로 모두 한 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현재 부산지역에 해당되는 동래부는 임진왜란 당시 최초로 왜군에게 침략당한 곳으로서 가장 뼈아픈 전쟁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동래부사를 비롯하여 모든 백성들이 최후까지 항전한 동래성 전투의 모습은 전쟁 이후 ‘순절도’로 제작되어 그 뜻을 기리고 있다. 동래부사를 지낸 홍명한(洪名漢)은 순절도를 ‘깊은 참호와 높은 성벽과 굳은 갑옷이나 날카로운 병기보다 더 나은 것’이라고도 하였다.
현재 국내에 전하는 순절도는 변박(卞璞)이 원본을 보고 다시 그린 <동래부순절도 東萊府殉節圖 ; 보물 392호>와 <부산진순절도 釜山鎭殉節圖 ; 보물 391호>, 송상현 선생 종가소장본 <동래부순절도 東萊府殉節圖>, 그리고 이시눌(李時訥)의 <임진전란도 壬辰戰亂圖>와 변곤(卞崑)의 <동래부순절도 東萊府殉節圖> 등 모두 5점이다.
이러한 순절도는 본래 부산(동래)에서 제작되어 현괘(懸掛)되었으나 일제강점기와 산업화 과정에서 뿔뿔이 흩어져서 지금 부산 지역에는 한 점도 남아있지 않다. 대부분 지정문화재로서 모두 함께 전시된 예가 전무하며 이번 부산박물관에서 순절도 5점을 한번에 모아 전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시 도록에는 일본 와카야마현립박물관(和歌山縣立博物館) 소장 <동래부전투도 東萊府戰鬪圖> 등 널리 알려지지 않은 유물도 함께 수록하여 국내 순절도와의 비교를 가능하게 하였다.
아울러, 이번 전시에는 임진왜란 당시 대규모 전투지유적으로서 지금까지 확인된 거의 유일한 사례라 할 수 있는 동래읍성 해자 출토 유물들을 대거 전시하여 420년 전 동래성 전투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게 하였다. 길이 3m의 장창과 투겁창, 환도, 활과 화살, ‘동래진상 東萊鎭上’명 투구와 철제 비늘갑옷 등 임진왜란 당시 전투에 사용되었던 각종 무구류와 함께 칼이나 창으로 베이고 찔린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사람의 두개골 등이 전쟁 당시의 참담한 상황을 전해주고 있다. 인골은 임산부 등 심약한 관람자들을 배려하여 별도의 공간을 꾸며 전시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현충사 소장 유물이다. 그 중 국보 제76호인 ‘임진장초 壬辰狀草’는 ‘난중일기’의 부록격으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 주요 전투 출전 경과, 왜군의 정황, 군사상의 건의사항, 진중의 경비 및 준비상황들을 정확하게 글로 써서 조정에 올린 장계(狀啓)의 초본이다. 여기에는 당시의 전황과 군사지원체제에 관한 사항이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으며 당시 부산포해전 승전 관련 보고 내용도 확인할 수 있는 등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
이순신을 선무 1등 공신 덕풍부원군에 봉하면서 1604년에 내린 교서인 <선무공신교서 宣武功臣敎書 ; 보물 제1564호>, 1596년 이순신 이하 각 진의 군사들에게 병조좌랑을 보내어 상을 주고 잔치를 베풀며 노고를 위로하는 글을 내린 <선유 호상 교서 宣諭犒賞敎書 ; 보물 제1564호>도 전시된다. 특히, <선무공신교서>는 현충사에 소장된 이후 단 한번도 대여된 적이 없었던 유물로 타 기관 출품은 이번 부산박물관 나들이가 처음이다. 이번 전시 이후 수리 및 장기 휴식기에 들어갈 예정이므로 관람객들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번 부산박물관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유물도 있다. 임진왜란 당시 명(明)의 제독으로 참전하고 이후 조선으로 귀화하여 상곡 마씨(上谷 麻氏) 일가를 이룬 마귀(麻貴) 제독의 영정(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419호)과 철검(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446호)이 그것이다. 이렇듯 이번 전시에서는 전쟁 이후 남겨진 ‘귀화인’ 뿐만 아니라 조선인 포로의 기록물도 살펴볼 수 있으며 더불어 전쟁당시 명나라의 권유로 설치된 전쟁의 신(神) 관우(關羽)를 모시는 관왕묘와 관련된 궁중화풍의 <삼국지연의도 三國志圖>도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회 개막식은 동래성이 함락된 음력 4월 15일에 해당되는 6월 4일 오후 5시 허남식 부산시장 등 관계자 및 일반시민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박물관 기획전시실 입구 로비에서 진행된다. 개막식에 앞서 오후 3시부터는 동서대학교 김강식 교수가 ‘임진왜란 전후 부산지역의 사회변화’라는 주제로 초청강연을 실시하며 오후 4시 30분부터는 ‘충렬사의 곡성’ 시 낭송과 ‘살풀이춤’ 등 식전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또한, 식후 저녁 7시부터는 (주)대한제강의 후원 및 이윤택 연출로 연희단 거리패의 특별공연인 뮤지컬 <이순신>이 박물관 야외마당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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