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는 백제어가 기원
김용운 교수는 "숫자를 세는 말인 수사(數詞)는 잘 변하지 않는 기초 언어"라며 "한국어와 일본어는 공통의 조어(祖語)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11~12세기 고려시대 언어의 기록이 풍부한 중국 송대(宋代)의 《계림유사》에 따르면 현대한국어의 '하나'는 '하둔(河屯)'으로 표기된다. 김 교수는 '하둔'의 '하두(hadu)' 발음과 하나를 뜻하는 일본어 '히토쓰(ひとつ)'의 '히토(hito)'는 동일한 어원을 갖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둘은 '도패(途�a)'인데 일본어 '후타쓰(ふたつ)'의 '후타'로 변형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어에서 '셋'은 '미쓰(みつ)'이며 '다섯'은 '이쓰쓰(いつつ), '일곱'은 '나나쓰(ななつ)로 발음이 전혀 다르다. 김 교수는 이 경우에서 신라어와 백제어가 각각 한국어와 일본어로 연결된 것을 알 수 있다고 해석한다.
신라는 삼국 통일 이후 정복지인 백제와 고구려의 옛 지명을 한자어로 바꾸었는데 《삼국사기》 〈지리지〉는 바뀐 지명과 옛 지명을 함께 적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삼현현(三峴縣)'으로 이름이 바뀐 마을은 원래 '밀파혜(密波兮)'였다. '밀(密)'은 곧 '3'이란 뜻으로 일본어 '미쓰'의 어원과 같다는 것이다. '칠중현(七重縣)'이란 마을은 '난은별(難隱別)'이었는데 '난(難)'은 '7'을 뜻하는 일본어 '나나(なな)'와 같다. 《삼국사기》에 '다섯'은 '우차(于次)'로 나타나는데 이것이 일본어 '이쓰쓰'가 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일본어 종결어미는 백제어에서 발견된다고 주장한다. 현재 전라도 사투리에 '~(했)당께'는 '했다더라'는 뜻의 일본어 '닷케(だっけ)'이며, 충청도 사투리 '~(했)서라우'는 '~습니다'라는 뜻의 공손한 종결어미인 '소로우(そうろう)'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했단 마시' '~(하)ㅁ세' 등은 일본어 종결어미 '마스(ます)' '마세(ませ)' '마시(まし)' '모우스(もうす)' 등으로 변형됐다. 김 교수는 "충청도·전라도 말에서 '~마시' '~서라우' 등이 일상적 말투인 것과는 달리 일본어에서는 과거 신분이 높은 귀족들이 썼고 지금까지 격식 있는 말투로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수수께끼 천황 '게이타이'는 백제 왕족 곤지"
일본 역사서 《일본서기》 《고사기》에는 26대 천황인 '게이타이(繼體)'가 15대 천황인 '오진(應神)'의 5세손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두 문헌에서는 '게이타이'의 조상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다만 천황의 딸을 비(妃)로 삼았다고 되어 있다.
김 교수는 《삼국사기》에 백제 22대 임금 문주왕의 왕제(王弟·왕의 동생)로 등장하는 '곤지(昆支)'가 '게이타이'와 동일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서기》에 나오는 천황의 이름은 대개 당대 일본어인 '야마토'식 이두로 쓰여 있는데 게이타이의 이름은 '오오토(男大迹)'이다. 김 교수는 "이는 '큰 사람'이란 뜻의 '오오토(大人)'이며 '곤지' 역시 '큰(=곤) 치(=지)' 즉 '큰 사람'이란 뜻"이라며 "곤지와 오오토(게이타이)는 동일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일본에서 백제를 '쿠다라(くだら)'라고 읽는 것은 '큰 나라'라는 뜻"이라며 "왜(일본)는 백제의 분국(分國)이었다"고 주장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7/21/20090721016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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