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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문화재] 무령왕릉 출토 은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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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재훈 2010. 3. 2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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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문화재] 무령왕릉 출토 은잔

‘봉황-산악도-류운문-연꽃·용’ 백제대향로 수직적 구조와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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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령왕릉 출토 은잔

-공주 무령왕릉 출토

-국립공주박물관 소장



지금으로부터 39년 전인 1971년 7월, 20세기 한국 고고학계와 고대사학계를 뒤흔든 사건이 일어났다. 충남 공주의 송산리 제 5, 6호분에 대한 배수로 작업을 하던 인부들이 벽돌로 쌓아 올린 전축분을 발견, 왕릉의 입구를 메운 밀폐석을 치우자 묘지석이 있었고 이를 통해 무령왕의 능임이 밝혀진 것. 세기의 발굴이라 칭하는 ‘무령왕릉’에서는 이러한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중요한 문화재가 대거 출토되면서 새로운 백제사 연구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문화재는 무려 17점이 국보로 지정돼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국보 제154호와 155호로 각각 지정된 왕과 왕비의 금제관식 등 이곳에서만 무려 17점이 국보로 지정됐지만, 그중에서도 백제금동대향로에 버금간다고 평가받는 동탁은잔이 눈길을 끈다. 비록 국보로는 지정되지 않았지만 독특한 문양을 가진 아름다운 문화재로 손꼽힌다.

백제 특유의 아름다운 곡선미를 지니고 있는 동시에 표면에는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은제잔인 동탁은잔(銅托銀盞)은 1971년 무령왕릉 발굴 당시 왕비의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산봉우리 모양의 잔 뚜껑에는 산과 산 사이 골짜기에 노닐고 있는 봉황과 나무, 연꽃잎 등이 빼곡히 새겨져 있고 잔의 표면에는 물의 흐름인 듯한 부드러운 무늬가 너울거리고 그 밑으로 세 마리의 용이 잔의 하단에 묘사된 연꽃을 둘러싸면서 호위를 하는 듯하다. 화려한 문양으로 새겨진 동탁은잔은 다시 여러 가지 문양이 새겨진 잔받침에 올려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동탁은잔은 백제금동대향로와 마찬가지로 연꽃 장식과 봉왕, 산악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뚜껑 중앙의 연꽃과 손잡이를 제외하면 동탁은잔은 전체적으로 ‘봉황-산악도-류운문-연꽃과 용’의 구성을 갖췄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구성은 백제대향로의 수직적 구조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 비록 잔(盞)과 향로라는 기물(器物)상의 차이가 있고, 동탁은잔의 장식 내용이 백제대향로보다 조금 고식(古式)이라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구성상의 일치는 양자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게다가 백제대향로나 동탁은잔에 장식된 이러한 구성은 중국의 향로에서는 발견된 예가 없다. 이것은 위와 같은 구성이 전통적인 중국적 구성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 동탁은잔은 525년 무령왕(武寧王·501-523)의 무덤에 수장된 유물로 대향로보다 제작시기가 앞선다. 따라서 백제대향로를 제작한 장인들은 동탁은잔이 수장되기 전에 실물을 보았거나 동탁은잔의 구성 내용을 익히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말하자면 동탁은잔이 수장된지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백제대향로가 제작되었으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동탁은잔은 그 모양의 원류는 중국 남조에서 찾아볼 수 있으나 제작기법나 곡선이 강조된 형태는 백제 특유의 미술적 양식이 잘 반영된 백제작품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문양 구성에 있어서 고구려의 영향을 받아 천상관과 내세관이 반영된 특징이 있으며, 선교적인 요소와 불교적인 요소가 동시에 반영된 것으로 6세기 전반에서 백제에서 제작된 매우 아름다운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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