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산강이 흐르는 작은 마을 청령에서 태어나 꿈을 키운 최해탁 박사의 인생 이야기를 엮은 ‘형산강 물이 델라웨어강으로 흐르다’가 출간되었다.(도서출판 한솜)
화학 교사를 거쳐 미국 DuPont 회사의 연구원, 삼성의 연구소장에 이어 부사장직을 역임하기까지 한국과 미국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책 속에 담았다. 단순히 직업적 노하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문화, 사상 등 두 나라의 생활사 전반을 다루어 교양과 흥미 요소를 두루 갖추었으며 직접 겪는 일화를 바탕으로 한국의 교육풍토, 현 세대의 언어생활 등 시사적 문제에 대한 나름의 견해와 소신을 밝혔다.
본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4부로 전개된다. 1부 ‘격동의 날들’에서는 저자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청령에서의 생활과 세 살 무렵 겪은 6·25 전쟁, 중학교 시절의 4·19 학생의거, 5·16 군사 쿠데타 등 굵직한 사건 속의 불안정한 한국을 담았다. 스스로 문둥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엉뚱한 꼬마 시절부터 작은 마을 청령과 경주에서 벗어나 서울에 발을 디디며 생활한 대학 시절, 남들과 다르게 보낸 군대에서의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2부 ‘새 환경과 새 교육’에서는 어려서 키워온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저자가 미국 유학 생활에 오르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국 Dartmouth 대학 대학원에서 나이 어린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겪은 에피소드, 하노버에서 처음 만난 한국인 가정의 이야기를 비롯해 대학원 시절 얻은 귀한 딸과 박사학위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있다. 외국인들이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던 이름으로 인해 스스로 붙인 ‘Gakha’라는 별명으로 불린 사연은 웃음을 자아낸다.
마지막 4부 ‘뿌리로 돌아오다’에서는 한국으로 돌아오며 시작된 제2의 한국생활이 그려졌다. 28살에 미국 땅에 발을 디딘 이래 한국에서 태어나 지낸 기간만큼인 28년의 세월을 보낸 후 다시 돌아온 한국은 많은 것들이 변해있었다. ‘해우소’를 알아듣지 못해 절에서 화장실을 찾지 못하고,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이미 미국 문화에 익숙해져 있던 저자는 고국에서 진입 충격을 경험한다.
처음 골프 회동이 있던 날이다. 용인의 아시아나 골프장에 초대를 받고, 미국에서 친구들과 회동할 때처럼 골프복장을 하고 클럽 하우스에 들어서는데 한 종업원이 나를 문에서 막고는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었다. 옷차림을 보면 뻔한데 이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질문인가. 하도 기가 차서 머뭇하는데 나를 초대한 친구가 뛰어나와 나를 동행이라며 구제해주었다. 그러면서 골프장 출입은 정장正裝으로 드나들어야 한다고 귀띔해주었다.
- 본문 중에서
최해탁 박사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다양한 직업으로 쌓은 수많은 경험의 바탕에는 직접 체득하여 얻은 문화, 지역, 환경 등에 대한 이해가 깔려 있다. 경험만큼 값진 것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그의 일생을 담은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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