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고, 왠지 모를 음울한 기운이 퍼지는 시간. 유쾌한 일보다는 서글펐던 일이 머릿속을 메워 지치지도 않고 괴롭히지만, 그만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시간. 늦은 밤에 써내려간 글에는 그리움이 묻어난다. 꿈에서라도 만나고픈 님과 매순간 떠올라 가슴을 저미게 하는 어머니, 바람에 흔들리는 온갖 사물들. 그러나 따스한 햇볕을 내뿜고 다가올 아침이 있기에 마냥 쓸쓸하지만은 않은 늦은 밤의 감성을 담은 시집 ‘소풍연가’가 출간되었다.(도서출판 한솜)
오래전 어느 겨울밤 자정이 넘는 시간에 처음으로 몇 줄의 글을 써내려갔다는 저자 이정학 씨는 그 시절의 기억을 안고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이 시집은 그가 처음으로 글을 쓴 늦은 밤처럼 고즈넉한 감성이 촘촘히 배어 있다. 시집에 실린 50여 편의 시는 저자가 어른이 되기 전과 후의 달라진 시각으로 가슴 속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던 생각의 단편들을 꺼내 풀어놓는다.
본문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따로 주제를 설정하여 인위적으로 분류하지 않음으로써 한 가지 감성으로만 시가 읽히는 것을 막았다. 시는 전반적으로 고요함이 감도는 가운데 피식 웃음을 주는 해학적 요소가 곳곳에 담겨 있다. 그러나 한 번 웃고 끝나는 일회성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숨어 있는 참뜻이 있기에 두고두고 되짚어 볼 만하다.
또한, 이 시집은 유독 낯선 시적 표현들이 많다. ‘그리움을 가졌네라’, ‘행복이 해바래기라냐 해바래기 높은 그곳 높음이 행복이라냐’ 등 부드럽게 읽히며 음악적 효과를 주는 시어 외에도 ‘바우’와 같은 사투리표현과 토속적 용어, ‘이즘’과 같이 연음된 발음을 그대로 표기한 것 등 방식도 다양하다. 그중 ‘-하소서요’라는 별난 어미로 시적 감성을 높인 시를 한 편 소개한다.
숭어떼가 비취빛 광선에 취해 / 평안해지노라면 / 날 찾으소서요 / 저녁 하늘 쓸쓸타아 하실 제면 / 저를 찾으소서요 / 우산이 / 비에 젖은 행복을 가리울 제면 / 무지개로 날 찾으소서요 간 세월 야속타고 / 소주랑 김치 자시고 / 울다가 울다가 지치시면 저를 찾으소서요 (중략) 세상이 거꾸로 뒤집혀 / 비에 젖은 행복이 / 우산을 가리울 제면 / 울지마소서요 울지마소서요 / 그 위로 / 당신의 그 위로 / 차라리 하늘님이 / 저를 젖게 하소서요. -‘비에 젖은 행복이’ 중에서
모든 시끄러운 것이 제 소리를 감추고 정적이 흐르는 밤, 나날이 쌓여만 가는 고민과 시름 등 마음을 시끄럽게 하는 모든 것들은 소리와 함께 묻어두고 ‘소풍연가’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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