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머리 사라지고, 상어 몸통 잘리고
1965년 인근 댐 건설 이후 매년 수개월씩 침수 반복
훼손문제 지속 제기에도 문화재청 - 울산시 논쟁만
선사시대 동물과 인물 300여 점이 새겨진 국보 285호 울산 대곡리
반구대암각화에서 고래 상어 호랑이 등을 그린 그림의 상당 부분이 반복되는 침수로 표면이 떨어지고 훼손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암각화가 발견된 1971년 이후부터 올해까지 매년 암각화 사진을 찍어온 수묵화가 김호석 씨는 “1972년과 2008년 암각화를 찍은 사진을 비교해 120곳이 넘는 훼손 부분을 찾아냈다”며 22일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김 씨는 훼손 부분을 찾아낸 뒤 1970년대 중반에 제작된 반구대암각화 탁본을 정밀 스캐닝한 자료에 일일이 표시했다.
반구대암각화는 1965년 인근에 사연댐이 건설된 뒤 매년 7∼8개월 침수 상태가 반복돼 훼손이 우려돼 왔으며 그 상태를 입증하는 자료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2004, 2005년에 3D 실측을 했을 뿐이며 그동안 “바위그림이 있는 부분은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해왔다.
김 씨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암각화 오른쪽 끝의 호랑이는 머리 전체가 사라졌으며 암각화 왼쪽 끝에서 고래 세 마리와 함께 유영하는 상어는 지느러미를 비롯해 중간 부분이 잘려 나갔다.
왼쪽 상단과 중앙 하단의 고래들도 몸통과 지느러미 일부가 훼손됐고 중앙 상단의 고래와 노루 그림은 바로 위 표면이 크게 떨어져나가면서 함께 탈락될 위기에 처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는 바위그림 부분 중 하단부가 1970년대 이후 집중 훼손돼 왔으며 바위그림을 지탱하고 있는 왼쪽 암석은 절리 현상이 심각해 이 부분이 붕괴될 경우 자칫 바위그림까지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36년간 수집한 암각화의 정밀 접사 촬영 자료 중 20년치를 선별해 시기에 따른 훼손 과정을 분석 중이며 9월 동악미술사학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2009년 발행될 10만 원권 지폐의 뒷면 도안 소재로 선정된 반구대암각화는 훼손 우려가 제기돼 왔으며 2000년 이후 문화재청과 관리 주체인 울산시가 서로 다른 보존 대책을 놓고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학계는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 말한다.
문화재청은 “청으로서도 암각화의 훼손 여부를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자료처럼) 검증 비교할 자료가 있다면 활용할 용의가 있다”며 “보존 문제가 합의될 때까지 임시로 댐의 수위를 낮추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