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GM의 ‘예고된’ 추락

이슈&화제

by 윤재훈 2008. 2. 15. 16:10

본문

말기 암환자의 투병은 늘 때늦은 회한으로 가득차게 마련이다.

미국의 국가대표기업 GM의 현실이다. GM이 ‘예고된’ 추락으로 또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GM은 지난 해 4/4분기에만 7억2200만달러 손실을 기록하는 등 연간 사상 최대규모인 38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 전미자동차노조(UAW) 소속 근로자 7만4000명에게 조건부 퇴직(바이아웃)을 실시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2005년 13년만에 적자를 기록한 이후 내리 3년연속 적자다.

릭 왜고너 GM 최고경영자는 “올 해 아시아와 러시아, 중남미 시장의 성장과 명예퇴직에 따른 비용절감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온전한 회생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실적 부진의 주 원인이 안방인 북미지역 판매부진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럽업체들로 세대교체된 세계 자동차업계는 ‘살찐 공룡’ GM의 이같은 운명을 이미 감지한 듯 놀란 기색이 없다. 미국 증시도 GM의 실적악화보다는 구조조정 성패를 주요 재료로 삼고 있다. 실제 이 날 GM의 주가는 사상 최대 적자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한다는 소식에 1.6% 올랐다.

GM의 끝모를 추락은 과거의 명성과 성과에 안주해 온 기업 결말의 결정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례없는 대규모 적자(86억달러)로 몰락의 경고음이 울렸던 지난 2005년. GM은 무얼하고 있었을까.

GM은 그 해 대립적 노사관계 속에서 복지비용으로만 56억달러를 쏟아붓는 헛발질을 했다. 과거의 명성을 과신해 판매실적과 관계없이 공장가동률 80%를 유지하고, 해고시 5년간 평균임금의 95%를 지급한다는 노조와의 협약을 지켜나간 것이다. 그 결과 생산성이 극도로 떨어지면서 신차 개발기간이 36개월로 경쟁업체인 토요타의 배에 달했고, 자연스레 판매부진과 수익성 악화의 수순을 밟았다.

GM은 이후 해마다 조직 슬림화 계획을 발표했지만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진 중병을 치유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관계자는 “GM의 몰락은 위기의식 결여와 현실 안주가 근본적인 원인” 이라며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이나 조직개선에 투자하기보다는 분배에 집중한 결과, 심각한 판매부진 및 수익성 악화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최대의 호황을 누리면서도 가치혁신(Value Innovation), 임금동결 등 끊임없는 원가절감 운동으로 명실상부 세계 1위 기업으로 등극한 토요타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m.com)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