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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여행] 화순 운주사

이슈&화제

by 윤재훈 2008. 2. 1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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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여행] 화순 운주사
긴긴 잠 와불 얼굴 백설이 내려앉았구나
































































 한겨울의 산사는 텅 비어 있는 듯하다. 눈 쌓인 산자락에는 창백한 낯빛의 하늘이 걸려 있고 고요속에 웅크려 있다. 응달을 지나온 바람소리가 허전한 마음을 스치고 가면 세상의 모든 자리가 텅 비어 있는 듯하다.
겨울 산사의 매력은 이 텅 비어 있음에 있다. 수목들은 잎을 떨군 앙상한 가지로 서 있고 시냇물소리는 청빈한 수행자처럼 야위었다. 모두가 시련의 세월 속에서 내면을 들여다보는 결제의 시간인 것이다. 그 적막한 풍경 속에서 처마끝에 우는 풍경소리는 더욱 청아한 소리와 지난 계절 분주했던 인파는 보이지 않고 산사의 뜨락에는 오로지 적요만이 깃들어 있다. 스님들은 풀리지 않는 화두를 들고 아득한시간의 어귀를 서성이고 지나가는 길손의 발자국 이 잠시 산사의 정막을 일으켜 세워 면회를 하고 간다.
겨울 산사를 찾아가는 길은 자신을 향해 떠나는 여행이라 불러도 좋다. 세상의 시간으로부터 단절된 곳에서 고독한 영혼이 절벽처럼 서 있고 높은 사유의 정수리가 빛을 뿜어내며 새벽공기처럼 살아 있다. 신비로 가득한 사찰 화순의 운주사를 찾아가 본다. 하룻밤에 천불천탑을 만든 이야기, 북두칠성의 모양을 한 칠성바위, 하늘을 향해 누어있는 와불 이밖에도 운주사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 속인이건 구도자이건 가난한 순례자이건 가장 진실한 시간 속에 그들의 영혼들을 불러 세우고 성성히 깨어 있게 한다. 그 깨어 있는 시간을 향해 우리는 겨울 산사로 가는 것이다.

모처럼 겨울다운 백설이 내렸다. 간밤에 내린 눈이 온 대지를 하얀게 물들여 놓았다. 그리고 봄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벌써 봄의 전령사 동백이 꽃망울을 터트리는 소리가 들린다. 올 겨울은 그리 춥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는 바람에 꽃들도 봄을 맞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아직 산천은 겨울의 허여멀건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건만 계절의 변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나보다.
이번 주에는 고즈넉하게 눈쌓인 산사(山寺), 신비 가득한 사찰 화순의 운주사를 찾아가 본다. 하룻밤에 천불천탑을 만든 이야기, 북두칠성의 모양을 한 칠성바위, 하늘을 향해 누어있는 와불 이밖에도 운주사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

다른 사찰과 달리 운주사로 들어가는 길은 시야가 탁 트여 좋다. 물론 아기자기한 오솔길도 없고 벚나무나 단풍나무와 같은 계절에 맞는 운치는 없지만 거닐면서 형태가 불분명한 불상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사찰로 들어서는 초입부터 간밤에 내렸던 눈으로 겨울동화를 만들어 놓았다.
넓은 잔디밭에는 하얀눈이 소복히 쌓여있고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불상들이 하얀눈을 덮어쓰고 하나 하나 표정이 살아 있는 모습도 눈여겨 볼만 하다.

운주사는 천태산의 서쪽 자락에 자리한 사찰이다. 20년 전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찰이었는데,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의 배경으로 이 운주사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흔히 `신비로운 사찰'로 표현되는 이 운주사는 천불천탑(千佛千塔)으로 유명하다. 천 개의 불상과 천 개의 불탑이 있다는 말인데, 현재는 약 100개 정도의 불상과 20개 정도의 불탑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들 모두가 운주사 경내에 있는 것은 아니고 운주사 주변에 흩어져 있다. 경내에는 와불 부근까지 해도 각각 20기 미만의 불상과 불탑이 있다.
운주사의 창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신라 말기에 도선국사가 하룻밤 사이에 천불천탑을 조성하여 창건했다고 한다. 믿을 수는 없는 이야기지만 대략 그 시기에 창건되지 않았나 추정해 볼 수는 있다.

운주사는 형태도 다른 사찰들과는 다르다. 최근에 건립된 것으로 보이는 주차장 앞 일주문을 지나면 계곡 사이에 넓은 공간이 있고, 이 공간에 석탑들과 석불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금강문이나 천왕문 등은 아예 없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보물 제796호로 지정된 운주사 9층석탑이다. 자세히 보면 옥개석의 끝이 살짝 말려 올라간 듯이 보여, 정림사지 5층석탑이 떠오르는데, 균형미 등에서는 별로 신경을 쓴 것 같지 않다. 탑신의 문양도 다른 불탑과는 달리 대각선 등 단순한 선처리를 했다. 이 탑과 마찬가지로 운주사의 모든 탑과 불상들은 그리 공력을 들여 만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탑들은 형태도 제각각이어서 제대로 불탑의 형태를 갖춘 것부터 원형의 돌을 쌓아 올린 것까지 다양하며, 불상들도 석실 안에 잘 보관된 것부터 편편한 석판에 양각으로 새겨 길 옆 언덕에 기대놓은 것까지 다양해서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특히 불상의 얼굴이 제각각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마모가 심해 불상의 얼굴을 정확히 보기 힘든데, 대부분이 불상의 전형을 벗어난 서민들의 얼굴이라 한다. 이런 이유에 와불의 전설이 더해져 이 운주사가 미륵신앙을 간직한 사찰이 아닌가 추정하는 사람이 많다.
하얀 눈에 덮인 와불, 눈이 녹으면서 불상에서 약간의 미소를 느끼게한다. 와불은 누워 있는 부처로 운주사의 서쪽 산등성이에 있다. 거대한 두 기의 불상이 누워 있는데, 머리가 낮은 쪽으로 누워 있는 것이 특이하며, 운주사의 불상 중 가장 정교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와불의 전설은 다음과 같다. 이 운주사에 하룻밤 새 천불천탑이 조성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천번 째 불상인 와불이 채 일어나기 전에 새벽닭이 울어 결국 와불이 일어서지 못했고, 앞으로 이 와불이 일어서는 날 세상이 개벽한다는 전설이다.
또 운주사는 주변 형태가 배의 형상이라 한다. 대웅전이 노를 젓는 곳에 해당하고 9층석탑이 돛대의 자리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학설이 제기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운주사의 석탑과 석불들이 별자리를 바탕으로 조성된 것이라는 학설이다. 이 학설에 따르면 와불이 있는 자리가 북극성에 해당된다고 한다. 이 학설은 와불 남쪽에 있는 칠성바위가 북두칠성의 형태로 배치되어 있는 것에 착안했는데, 실제로 하늘의 별자리와 운주사의 불탑, 불상 자리를 비교해 본 결과 비슷하게 맞아 떨어진 모양이다.

우리나라 여행지 중 사찰을 빼면 그리 갈만한 곳이 많지 않다. 어느 사찰을 가건 그곳만의 정서와 운치는 있기 마련이다. 이번 운주사 여행을 할 때에는 탑이 정말 몇 개나 있는지 그리고 정말 별자리의 모양으로 조성이 되었는지 그 신비를 체험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운주사=(061)374-0548

글·사진/노해섭 기자 nogary@gwangnam.co.kr


찾아 가는 길

광주에서 너릿재터널을 지나면 화순이다. 화순에서 22번 국도와 29번 국도가 갈라지는데, 화순 중앙병원 앞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보성으로 향하는 29번 국도를 따라가야 운주사로 갈 수 있다. 이 29번 국도를 따라 화순에서 약 10km 정도를 가면 능주가 나온다. 이 능주에서 능주교를 지나 여기서 822번 지방도로로 우회전해야 한다. 이 길을 약 5.5km 정도 달리면 평리사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817번 지방도로로 좌회전한다. 이 817번 지방도로를 달리면 작은 마을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가 도암면 소재지이다. 이 마을 삼거리에서 직진. 조금 더가면 818번 지방도로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818번 지방도로로 우회전하여 3km 정도를 가면 운주사 이정표가 나온다. 이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운주사 주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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