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 하늘처럼, 길가에 핀 들꽃처럼 보는 이를 활짝 미소 짓게 하는 시집 ‘들꽃에 너를 물들이련다’가 출간되었다.(도서출판 한솜)
왕상욱 시인은 2005년 시사문단에 등단한 이후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소방문학, 물사랑문학 등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바 있다. 또한, ‘자연과 풍경’이라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며 독자들과도 소통에도 힘쓰고 있다.
그의 첫 시집 ‘들꽃에 너를 물들이련다’에는 자연의 향이 가득하다. 시의 단골 소재인 사랑과 그리움을 전하는 데에 새싹, 무명초, 저녁놀 등 자연의 온갖 것들이 활용된다. 눈에 띄게 화려하지 않지만 시어가 주는 수수하고 소박한 멋이 절로 풍긴다.
본문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산바람 물소리’에는 역시 자연을 노래하는 시들이 많다.
달빛 속에 걸린 풀내음 사이로/ 소쩍새 풀벌레 울음소리/ 여맨 마음 한 올 한 올 풀어놓으니/ 깊어가는 어둠 속으로/ 졸졸거리는 계곡/ 다슬기 가재들도 달맞이 흥겨워라/ 불빛에 놀란 새들은/ 푸드득 둥지를 날아가고/ 소꿉놀이하던 동무들/ 향수에 젖어 솔향기 노래하네/ 저 달 속엔 토끼들이/ 오늘도 여전히/ 떡방아를 찧고 있겠지 (‘향수’ 중에서)
시 제목답게 지난날에 대한 향수가 물씬 풍긴다. 소쩍새와 풀벌레, 다슬기와 가재가 함께 였던 달맞이. 지금은 새들도 날아가고 함께 놀던 동무들도 각자의 길로 가버렸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달이 어쩐지 슬퍼 보이기도 하다.
3장 ‘산이 좋아 산으로 가다’는 평소 등산을 즐겨하는 시인답게 산에 관한 시들을 엮어 실었다. ‘세상의 온갖 번뇌와 욕망/ 여기서는 모두 내려놓을 수 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 자연만의 참을 담아낼 수 있다’ (‘산이 좋아 산으로 가다’ 중에서) 라는 구절에는 산에 대한 그의 무한 애정이 엿보인다.
4장 ‘가을별곡’에는 계절에 맞게 가을 시들이 가득하다. 선선한 바람에 이끌려 마음도 살랑살랑 일렁이는 가을, 잊고지내던 사람들이 그리워지며 감상적으로 변하는 이 시기에 잘 어울릴 만한 시가 있다.
창틈 사이로 소리소문없이/ 파고드는 것은/ 무릎 시린 바람만이 아니었다/ 바람에 묶여 배달된/ 가을 편지 한 통 열기도 전에/ 별빛 서린/ 애련한 내음이 흘러든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색되지 않은/ 하나의 색감으로 노래할 수 있으니/ 시월은 향기로워라 (‘가을 편지’ 중에서)
왕상욱 시인의 시에는 자연과 풍경이 삶과 어우러져 있다. 시인의 눈으로 모든 사물을 아름답게 보고자 하는 태도 또한 자연스레 녹아 있다. 은은한 들꽃향기가 풍기는 그의 첫 시집 ‘들꽃에 너를 물들이련다’는 독자들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안겨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