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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은 몽땅 직원에게 돌려줘

이슈&화제

by 윤재훈 2008. 11. 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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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은 몽땅 직원에게 돌려줘 [조인스]

‘거꾸로 경영’ 하는 회사
日 안경판매회사 (주)21의 이색 경영 … 설립 후 22년간 이익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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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히로시마에 본사를 둔 ㈜21(투원)은 ‘메가네(안경) 21’이란 브랜드로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판매하고 있다. 2. ‘메가네(안경) 21’점포 내부.

일본 히로시마에 본사를 둔 ㈜21(투원)은 ‘메가네(안경)21’이란 브랜드로 안경과 콘택트렌즈 판매업을 하는 회사다. 1986년 2월에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사내에 이익을 거의 남기지 않고도 잘 굴러가고 있다.

현재 22개 직영점과 111개 프랜차이즈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 매출은 84억 엔(2007년). 종업원 수는 550명에 달한다. 수상하게 여긴 세무당국이 몇 차례 세무조사를 벌였지만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투명했다.

주주의 이익(주가와 배당)을 최우선시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기준에서 보면 낙제점을 받을 만한 이 중견기업의 ‘아주 특별한 경영’이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 회사는 22년 전 히로시마의 한 대형 안경회사에 다니다 구조조정 때 옷을 벗은 4명의 퇴직사원이 출자해 설립했다.

다니던 회사에서 직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던 사장이 죽자 경영권을 이어받은 딸이 경영 합리화를 꾀한답시고 이들을 내쫓은 것이었다. 미국의 대학에서 검안(檢眼)기술을 배우고 돌아온 딸은 직원을 가족처럼 대하던 아버지의 경영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자본력 등 모든 면에서 부족했던 4명의 퇴직사원이 어떻게 매출 1000억원에 가까운 번듯한 중견기업을 일궈낼 수 있었을까? 성공요인은 한마디로 ‘고객의 눈높이에 선 오픈 경영’이다.‘고객의 눈높이’나 ‘오픈 경영’을 외치는 기업은 너무나 많다. 그러나 구호로만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완전에 가까운 오픈 경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21은 사원의 행복을 중시합니다. 사원은 고객에 대한 신뢰를 중시합니다.’ 이 회사의 사시(社是)다. 과거 다니던 회사에서 쫓겨난 아픈 기억 때문에 ‘사원의 행복’을 기업 가치관의 1순위에 올려놓았다. 기업의 존재 방식은 ‘이익추구’ 한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 이색 기업의 특이한 경영방침을 살펴보자.

방침1 이익을 남기지 않는다

지난해 이 회사는 84억 엔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경상이익은 500만 엔에 불과했다. 2006년에는 400만 엔의 적자를 냈다. 설립 이래 사내에 이익금을 유보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남은 이익을 사원들에게 나눠주고, 상품 가격을 낮춰 고객에게 환원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이익 지상주의’다.

매출액이 아무리 많더라도 이익이 제로에 가깝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사업으로서 의미가 없다고 본다. 주식을 공개한 상장기업은 투자자에 대한 환원(배당)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익을 내려고 노력한다. 또 확보한 이익은 유보금으로 자본에 편입시켜 기업 성장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21은 정반대다. 남은 이익은 갓 입사한 신입사원까지 포함해 모두 나눠 갖는다. 분배 방법도 완전 공개적이다. 각자의 평가점수에 따라 분배한다. 연봉 상한선은 1231만 엔. 사장이라도 그 이상은 받을 수 없다.

방침2 사원 평가·상여금 완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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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은 완전한 정보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회사 실적이나 재무상황은 물론 모든 사원의 평가, 급여나 보너스 정보까지 사내 인트라넷에 공개되어 있다. 아무리 오픈 경영을 외치는 기업이라 해도 21처럼 모든 사원의 평가나 급여까지 공개하는 곳은 없다.

오히려 대부분 기업들은 직원 간 급여에 대한 정보교환을 금지하고 있다. 30세가 되면 급여 인상이 멈춘다. 입사 10년차쯤 되는 이 나이는 판매원으로서의 기능이 더 이상 올라갈 게 없는 숙련 상태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각자 노력해 매출을 높이면 보너스로 보상을 받는다. 보너스 시기는 2월(결산기), 7월, 12월 세 차례다. 결산기 때 회사에 이익이 남으면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배분한다.

반대로 실적이 나빠지면 그것과 연동해 보너스가 내려간다. 이익 배분 때 기준이 되는 것은 사원 평가다. 평가는 최고 100점, 최저 1점의 포인트제로 하며, 그 내용은 모두 인트라넷에 공개된다. 평가를 둘러싼 분쟁은 없을까? 창업자의 한 사람인 히라모토 기요시 상담역의 설명이다.

“평가에 불만이 있는 직원은 자유롭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습니다. 아무런 제한이 없어요. 하지만 평가를 바꾸려면 정당한 이유를 증명해야 합니다. 모두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평가를 바꿀 수가 있어요. 처음에는 몇몇 직원이 불만을 표시했지만 지금은 거의 없어요. 그만큼 투명하기 때문이죠. “

21은 ‘평론가 타입’의 직원을 없애기 위해 정보를 완전 공개한다. 그래서 일은 게을리하면서 뒤에서 쑥덕대는 ‘평론가’들보다 ‘실무자’ 쪽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평가에 대한 반론이나 지지도 인트라넷에 공개된다. 히라모토는 “평가의 부당성에 대해 반론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퇴직자가 늘어납니다. 우리 회사의 직원 이직률이 아주 낮은 걸 보면 이 제도가 괜찮은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한다.

방침3 노르마(책임 판매목표)가 없다

21에는 직원들에 대한 노르마가 전혀 없다. 본사에서 내려오는 각 점포에 대한 매출목표조차 없다. 매출목표는 각 점포에 소속된 직원들이 자유롭게 결정하면 된다. 모든 것이 자율적이다. 일반적으로 영업사원들은 분기별 또는 반기별로 영업목표가 설정되며 그것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최종 목표액과 일일 달성률을 그래프로 나타내는 충격요법을 쓰는 곳까지 있다. 사원 개개인, 부서별로 경쟁이 치열하다. 그것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자극제가 된다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21에는 이러한 목표 부담이 전혀 없다.

방침4 관리직을 두지 않는다

이 회사에는 과장·부장 등의 관리직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원이 점포에 나가 고객을 상대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데 종사해야 한다. 노르마가 없기 때문에 실적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사원들은 영업일지 등 보고서를 쓰지 않아도 된다. 보고서를 써봤자 읽어줄 관리자가 없기 때문이다.

품의서도 필요 없다. 예컨대 점포의 간판을 새로 달고 싶으면 스스로 판단하여 처리하면 된다. 통상 조직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할을 가진 부서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각 부서에는 책임자가 있어 판단을 내리고, 일이 순조롭게 굴러갈 수 있도록 관리한다. 군대가 대표적인 관리형 조직이다.

명령하는 상관과,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부하가 없으면 군대는 존재하지 못한다. 하지만 21의 조직체계는 완전히 수평적이다. 모든 사원은 하나의 목표, 즉 ‘사원의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방침5 사장은 4년마다 교체한다

상법상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사장(대표이사)과 임원을 두고 있지만 거의 형식적인 자리에 가깝다. 사장은 아무리 길어도 4년 이상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를 대표하는 사장이라도 점포에 나가 청소도 하고, 안경도 직접 판매한다.

21은 외부 출자나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지 않는다. 직원 35명의 출자금과 사내예금으로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사내예금에 대해서는 일반 은행보다 약간 높은 금리로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 물론 사내 출자나 예금에 강제성은 없다. 직원들이 배당금도 없고 주가가 오르지 않는데도 출자를 하는 이유는 순전히 ‘애사심’ 때문이다.

회사가 출자자나 사내예금자에 대해 보상하는 것은 평가 때 약간의 가산 포인트를 주는 정도다.
이 회사의 경영권 이양은 MBO(mana gement buy out: 경영자 인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MBO는 기업을 경영진과 임직원이 중심이 되어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21의 MBO는, 후배 사원이 정년퇴직하는 선배 사원으로부터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경영권을 자연스럽게 이어받는다. 회사가 이익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주식도 액면으로 매매할 수 있어 경영권 양도가 간단하다.

김국진 기자·bitku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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