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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진도 남도석성과 동령개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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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재훈 2008. 5. 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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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진도 남도석성과 동령개 해변
유유자적 떠나는 봄소풍

▲ 진도 남도석성.

가정의 달의 `압박’이 시작됐다. 아이 둘을 키우는 K씨. 슬슬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어린이날인데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라도 가야지. 그런데 웬만한 곳은 사람 북적거리고 차 밀리고 그럴텐데 어휴~”

같은 고민을 하는 이 땅의 모든 K씨들에게 진도 남도석성과 동령개 해변은 반가운 선물이겠다. 조촐한 도시락 싸들고 돗자리 하나 챙겨들고 떠나는 소풍. 차도 사람도 드문, 오직 시원한 해풍과 새 소리만 있는 곳. 가끔 컹컹 짖는 마을 진돗개 정도가 시골 마을의 적막을 깨는 해방꾼이라면 해방꾼인, 그런 곳에서 보내는 한 때다.



▶남도석성

삼별초가 마지막까지 항전을 벌였다는 남도석성 앞에 선다. 일대 모든 새들이 전부 석성주변으로 모여든 것처럼 새들이 많다. 전국이 28도까지 올랐다는데 딴 세상 이야기다. 바람과 햇살이 적당히 어르고 달랜다. 도시와는 다른 온도다.

석성에 들어가기 전 보호수로 지정된 해송 숲이 먼저 눈에 띈다. 저 그늘 아래 앉으면 세상 부러울 것 없겠다. 앞으로는 갈대밭, 뒤쪽으론 바다다.

석성 안으로 들어간다. 성둘레는 610m, 높이 2.8~4.1m에 이르며 3곳에 성문과 옹성이 남아있다. 삼국시대 백제 때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얀 진돗개 한마리가 나른한 한 때를 즐기고 있다. 개가 웃고 있진 않겠지만 웃는다면 저런 표정이지 싶다. 백구가 웃고 있다. 그러고 보니 집집마다 개 한 마리씩 얼굴 내밀고 있다.


 ▲ 석성 옆 오래된 해송 숲.

남도석성은 ‘관광지’의 냄새가 없다. 석성 안에 들어서면 여느 시골 마을과 다름없다. 성밖에서 밭일을 하고 성안 집으로 들어온 아낙이 마당에서 빨래를 걷는다. 소박한 마을 사람들의 살림살이와 삶이 그대로 보여진다. 세워둔 장대에는 생선이 말려지고, 경운기와 트랙터 같은 것들이 성 안 이곳 저곳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곳. 해풍에 말려지는 생선들과 나물들, 마당 앞 텃밭에 자라는 푸성귀들 같은 것들이 저마다의 이유를 갖고 자리잡고 있는 곳. 잘 정돈된 관광지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남도석성은 그렇게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사람들이 사이좋게 얽혀 있다. 남도석성의 역사는 풍경과 달리 상처다. 진도 정부를 세우고 독자적인 나라를 지키려던 삼별초의 꿈이 무너진 곳. 남도석성은 진도 용장산성에 근거지를 마련한 삼별초가 마지막 항전을 벌이다 최후를 맞이한 곳이다. 삼별초가 무너진 후 진도 사람들의 고통도 시작됐다. 몽고는 진도 사람들을 삼별초의 부역자로 몰았다. 포로와 노예의 신분으로 붙잡아 본국으로 끌고 갔다. 남도석성이 품은 역사다.


 ▲ 동령개 해변.

▶동령개 해변

남도석성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보석이 하나 숨어 있었다. 동령개 해변.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제거하고 그저 조용히 바다를 누릴 수 있는 곳. 오래 된 나무 숲 그늘에 앉아 파도가 드나드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곳이다. 젖은 몽돌 해안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바다 참 곱다. 풍경 좋은 곳에 어김없이 벤치가 있다. 동령개 해변에도 팽나무 그늘 아래도 벤치가 있다. 그 벤치에 한 없이 앉아있고 싶다.

글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사진=임문철 기자 35mm@gjdream.com



가는 길=진도대교-석현4거리-진도읍-18번국도-석성삼거리에서 표지판 보고 좌회전-남동리 남도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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