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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파괴’ 넘어 ‘공짜경제’ 시대로

이슈&화제

by 윤재훈 2008. 9. 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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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팝가수 프린스 공짜 앨범 발매해 대박

소비자 관심 이끌어 홍보효과 등 수익 창출

# 유럽의 대표적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는 지난해 5월 100만 좌석 무료행사를 벌이고, 지난 9월엔 항공료 0파운드(세금 10파운드 별도) 행사를 벌였다. “미래엔 승객 절반을 무료로 태우겠다”고 호기를 부리는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놀랍게도 10%대 중반에 이른다.

# 지난해 8월 미국의 가수 프린스는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일요판에 신작 앨범 300만장을 끼워 공짜로 뿌렸다. 그는 인세 560만달러를 날렸지만, 이를 통해 홍보한 런던 콘서트 투어에서 입장권 판매만으로 234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엘지경제연구원이 23일 발표한 ‘공짜경제 시대가 오고 있다’라는 보고서에 나온 사례다. 보고서에 따르면 <롱테일 경제학>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이 올해의 비즈니스 트렌드로 꼽았던 ‘공짜경제’(Freeeconomics)의 개념은 “과거에 유료였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또는 매우 저렴하게 제공하고, 대신 시장의 관심과 명성, 광범위한 사용자 기반을 확보해 관련 영역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방식”을 말한다.



사실 둘러보면 공짜는 이미 우리 사회에도 넘친다. 공짜폰, 무가지, 무료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다른 수익원을 통해 한가지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는 형태다.

하지만 보고서는 일부에서 나타나던 ‘공짜 마케팅’이 가격파괴 시대를 거쳐 2000년대 후반 들어 전 산업 분야로 퍼지며 ‘공짜경제’로까지 격상됐다는 데 주목한다. 나준호 책임연구원은 “특히 앞으로 2~3년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확산되면서, 공짜경제 사업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 모델의 개발과 방어책 마련이 기업들에게 새로운 과제가 됐다”고 말한다.

공짜경제 시대 도래의 배경으론 먼저 소비자들의 공짜심리와 경기불황속 20~30대의 실질구매력 약화, 정보력 증대 및 기술진보에 따른 한계비용 감소, 제품 범용화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보고서는 “희소자원의 변화와 창의적 사업모델의 중요성이 증대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글로벌화와 정보화 속에 진정 희소자원은 고객의 관심·시간·평판”이라는 경영학자 토머스 데이븐포트의 이야기를 전했다.


공짜경제의 사업모델은 다양하다. 2006년 일본 게이오대학 학생들이 시작한 ‘타다카피’ 사업은 대기업이나 학교 근처 업체에서 스폰서를 받아 복사용지 뒷면에 광고를 싣고 대신 복사를 공짜로 하도록 하는 ‘스폰서형’ 모델이다. 보쉬-지멘스는 브라질의 전력회사와 제휴해 빈민들에게 고효율 냉장고를 공짜로 나눠준다. 대신 개도국에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한 것으로 인정받게 되는 이 회사는 청정개발체제(CDM)의 실적으로 나중에 비용을 얻게 된다. 이스라엘에서 무료 전기자동차를 보급할 계획인 베터플레이스는 전기차에서 가장 비싼 배터리의 소유권을 회사가 갖고 주행거리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데 정유회사의 유류비 수익을 뺏는다는 점에서 ‘가치이전형’ 모델에 해당한다. 100년전 질레트가 공짜 면도기를 나눠주고 일회용 면도날 시장을 만들었던 ‘사업 재정의형’과 같은 모델에서 출발한 공짜경제가 이제 온 산업분야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강력한 대체제가 나타났거나 범용화가 빠르게 진전되는 음악·서적·방송·신문 등 미디어 산업, △ 기술적으로 산업간 융합이 일어나는 방송통신 산업 등에서 앞으로 공짜경제가 더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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