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경쟁력을 새삼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놀이는 상상력과 체험의 세계다.
놀이는 또한 혼탁해진 머리를 비우고 다시 새로운 자양분을 꽉꽉 채워 주는 두뇌의 밥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잘 노는 것은 이제 잘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렇다면 뭘 하고 놀아야 할까? 어떤 놀이가 내게 필요한 자양분을 공급할 수 있을까?
잘 놀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알아 보자.
1) '머리' 대신 '몸'으로 배우기
놀이의 경쟁력은 머리 대신 몸으로 배우는 체험활동에서 시작된다
서구의 기업들이 실행하고 있는 WLB(Work-Life Balance)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구성원들의 일과 개인적 삶의 조화를 배려하려는 새로운 인재 관리 전략이다. WLB 프로그램에서 주목하는 문제들은 주로 유연근무제와 육아 휴가, 변동 휴가제 등 일과 개인적 삶의 불균형으로 야기되는 갖가지 문제이지만, 개인의 여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배려 또한 빠지지 않는다. 이는 구성원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개인주의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프로그램이지만, 회사의 입장에서는 복지 프로그램인 동시에 구성원들의 능력을 배가시키는 경쟁력 제고 프로그램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왜 그럴까? 바로 구성원들이 워커홀릭이 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워커홀릭이 될수록 일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며 시간 대비 업무량의 경쟁력은 반으로 떨어진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실제로 업무라고 생각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우리의 두뇌는 가장 굳어 있는 상태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업무 능력의 향상은 일과 여가가 적절히 조화된 유연한 라이프 스타일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여가 활동이 두뇌에 휴식과 유연한 창의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직장인들의 놀이 문화로 알려진 '음주가무'는 놀이로서 전혀 생산성이 없다.
창의성과 동의어가 될 수 있는 놀이, 생산적인 놀이는 '몸'을 움직여 '새로움'을 느끼는 놀이들이다. 즉 머리 대신 몸으로 배우는 체험활동이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레포츠의 세계에 입문한다고 한번 상상해 보자. 패러글라이딩이나 산악자전거 타기, 스키 등에 처음 도전한다고 가정해 보는 것이다. 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주변의 익숙한 자연환경이나 내 몸의 단순한 움직임조차 새로운 레포츠의 룰에 의해 '새롭게' 인식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놀이들은 두뇌에 새로운 영양소를 보급하고 사물을 보는 관점을 새롭게 뒤바꾸며 상상하지 못했던 활력을 준다. 이것이 바로 창의력에 도움을 주는 놀이다.
2) '책 속의 책', '그들 속의 그'를 만나 보기
독서와 여행 등 전통적 여가 활동에 동적인 체험을 추가하면 창의적 놀이가 된다
레포츠 활동만 창의력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독서나 여행 등의 전통적인 여가 활동도 얼마든지 창조적인 놀이로 바뀔 수 있다. 기존의 독서나 여행 방식에 역동성, 즉 '동적인 체험'을 추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에서 읽었던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보거나 리포터의 입장에서 사람들과 인터뷰를 해가며 여행을 하는 식의 방법이다. 저자와의 만남이나 동호회 모임 등도 굳어진 머리에 휴식과 영양분을 함께 공급하는 좋은 응용 방법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창의성이란 아무도 듣도 보도 못한 어떤 것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이미 내 머리 속에 있었던 많은 정보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는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기존에 내가 알고 있었던 정보들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새롭게 접근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창의적인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 따라서 독서를 통해 알고 있던 정보를 '체험활동'으로 새롭게 인식하는 과정은 창의적 사고에 매우 유용한 틀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이다. '업무에 집중할수록 두뇌는 굳어 있다'는 말이 가능한 이유도 일에 집중하게 될수록 새로운 방식의 응용 대신 단순 반복을 선택하는 두뇌 운용의 방식 때문이다.
3) 타인과 공감하기
'팀워크'가 필요한 '팀플레이' 놀이들은
정서적 공감 능력을 제고하고, 더 나아가 창조적 두뇌 활동을 도와 준다
'팀워크'가 필요한 놀이도 창조력에 유용한 두뇌 활동을 도와 준다. 놀이, 특히 팀워크가 필요한 놀이는 가장 훌륭한 의사소통 훈련이다.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관점에서 사물을 볼 줄 알아야 하는데, 바로 여기에 유용한 시스템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아빠는 아이들과 정서 공감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아이들의 활동에 일일이 적절한 반응을 해주는 '잘 노는' 아빠가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훨씬 친밀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이렇게 놀이를 통해 얻어지는 정서 공감의 기술은 의사소통의 핵심인 것이다.
팀플레이서 잘 노는 사람은 타인의 마음을 잘 헤아려 읽으며, 말귀를 잘 알아 듣는다. 또 여러 가상 상황에 대한 대처에도 능숙하다. 자신을 객관화시켜 바라 보는 나를 객관화시켜 바라보는 데에서도 앞서간다. 스포츠 선수들 중 은퇴 후 사회 활동에서 두드러진 성공을 보여 주었던 선수들은 대개 팀플레이가 필요한 축구나 농구, 배구 등의 스포츠 선수들 가운데에서 나왔다는 통계는 타인과의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 준다.
- 필자
정은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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