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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주부가 커피전문점을 찾는 이유는?

이슈&화제

by 윤재훈 2008. 3. 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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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주부가 커피전문점을 찾는 이유는?

이젠 커피향이 가득한 커피전문점이 신세대 젊은이의 공간이란 편견을 버려야 할 것 같다. 여느 젊은이 못지않게 커피를 즐기는 중년의 고객들이 줄줄이 커피전문점의 단골고객으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년에겐 커피전문점이 답답한 생활을 떠나 마음껏 수다를 떠는 사랑방이고,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교실로 각광받고 있다. 중년 고객들이 보내는 전폭적인 지지에 수많은 커피전문점은 커피교실 등 다양한 서비스로 화답하고 있다. 커피전문점과 중년의 함수관계를 살짝 들여다 봤다.

▶커피전문점에 중년 고객이 몰린다?=“308호네 둘째 아들 다음주에 결혼한대.” “벌써? 아직 그 누나도 결혼 안 했잖아.”

향긋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는 중년 주부들. 대화 내용만 들어보면 집안일을 마친 주부들이 이웃집에 모여 잡담하며 휴식을 즐기는 풍경 그대로다. 하지만 주변를 살짝 둘러보면 여염집이 아니라 깔끔한 인테리어로 단장한 커피전문점.

오후가 되면 약속이나 한 듯 중년의 주부들이 하나둘 커피전문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실제 여의도에 위치한 한 커피전문점의 경우엔 오후 2시만 되면 삼삼오오 모여든 중년의 주부들로 인해 매장안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지역과 시간대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강남, 여의도, 을지로 일대의 커피전문점도 비슷하다. 커피전문점을 찾는 중년의 고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보통 중년 주부 고객의 비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중년의 고객 중엔 주부들이 대부분이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성들도 많았다. 사무실이 밀집한 무교동 일대 커피전문점의 경우 중년 남성의 비중이 30%에 달한다.

▶중년이 커피전문점 매력에 빠지는 이유는?=커피전문점이 중년층 특수를 누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웃집에 모여 커피를 즐기던 주부들의 마실 문화가 바뀌었다는 것. 요즘 주부들은 집에 있는 ‘하우스 와이프’가 아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듣거나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하다 보니 자연히 집 밖에서 만나는 게 더 편하다”고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한 중년 주부는 말했다. 백화점이 모여 있는 을지로나 강남 매장에 주부들이 많이 몰리는 게 이 같은 이유에서다.

커피 문화의 확산도 중년 주부들을 커피전문점으로 쏠리게 하는 대목이다. 과거 원두커피에 반했던 주부들이 최근엔 진하게 에스프레소를 뽑아내는 드립 커피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 것.

중년층 특수의 한 축이 주부들의 외출이라면 다른 축인 중년 남성 고객들의 증가는 남성 고객 영역의 축소를 보여준다. 다방과 찻집, 기원 등이 사라지면서 갈 곳 없어진 중년 남성들이 차선책으로 택하는 곳이 커피전문점이라는 것.

▶커피전문점엔 중년을 위한 커피 강좌가 있다?=중년 고객들이 커피전문점을 차지하고 앉아서 시끄럽게 수다만 떤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문화에 대한 욕구가 많은 주부 소비자들은 커피를 공부하는 모임에도 적극적이다.

엔제리너스커피,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에서는 커피마스터들이 고객들에게 커피를 즐기는 방법을 일러주는 ‘커피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커피교실에 참여하는 중년 주부들이 많아 스타벅스는 아예 매장별로 소규모 그룹의 커피교실을 만들었다.

주부들은 커피마스터와 함께 다양한 커피를 시음하고, 에스프레소를 직접 짜보면서 커피를 여가 문화로 받아들인다. 엔제리너스커피의 한 관계자는 “커피교실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이곳을 찾는 주부들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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